이름 숭인문화재단
제목 오페라음악극 이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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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진
김강규(부산시립합창단 수석지휘자),부산시립합창단

주최/제작 주 최: 부산광역시, 숭인문화재단
주 관: 부산시립합창단
후 원: (의료법인)부산양산병원

*오페라음악극 “이화 이야기”를 소개하며

“중국의 허허 벌판에서 도망가다 살아남은 사람 없다는 거 나도 다 안다.

하지만 너희들 그거 아니? 내가 도망가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기 시작한 거?... 그리고 얘들아! 내 나이 이제 16살 이지만...난 그 짐승 같은 일본 군인들을 보면서 세상에서 가장 큰 죄가 무엇인지 깨달은 게 하나있다.

그건...인간의 영혼을 갉아먹는 것에 대해 아무 죄의식도 갖지 않고 산다는 것이야..”

이 대사는 주인공 이화의 친구 ‘순자’가 위안소에서 탈출하며 이화에게 남긴 편지의 일부분이다. 세상에서 가장 큰 죄악이 삶에 대한 의지가 없도록 만들어 버리는 일이고, 그것에 대해 일말의 죄책감도 느끼지 못하는 자들을 “영혼을 갉아먹는 자들”이라고 순자는 표현하고 있다.

이 편지 내용은 단순히 오페라음악극을 위해 작가가 잘 포장해서 만들어 낸 글이 아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님들의 고통스런 외침이다. 여자로서 겪을 수 있는 가장 끔찍한 고통 속에서 외친 처절한 울부짖음인 것이다.

오페라음악극 “이화 이야기”는 일본군 위안부의 역사적 사건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주인공 ‘이화(가명)’ 가 위안부로 강제로 끌려가는 과정에서부터, 전쟁 후에 겪는 삶의 일대기를 그려내고 있다. 극의 대본은 피해자 할머님들의 증언기록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사안의 민감함을 고려해서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에 소속된 전문가들로부터 검증과정을 거쳤다. 오직 진실만을 작품으로 표현하기 위해, 나눔의 집과 일본대사관 수요시위에 참관하며 현장의 분위기를 파악하였고, 관련단체 전문가의 조언을 바탕으로 조심스럽게 접근하였다.

처음에는 가해자들의 뻔뻔함에 분노가 치밀어 작품을 시작하였지만,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현재 살아계신 피해자 할머님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에 내용의 중심을 맞추면서 작품의 표현방법과 방향을 수정하였다. 그 계기는 관련단체 대표의 눈물 섞인 호소 때문이었다.

“지금 현재 피해자 할머님들의 바램은...오직 한 가지...응어리진 한을 다 내려놓고 하늘나라 에 가시는 것이다. 이것은 가해자들의 진정어린 사죄와 배상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 작품은 가해자들에 대한 ‘고발’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은 이미 세계로부터 고발당했기 때문이다.> 오직 눈물을 동반한 참회를 목표로 한다. 가해자들의 진심어린 참회를 통해 피해자 할머님들의 한을 풀어 드리는 것이다.

음악의 힘은 강력하다.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 ‘크리스마스’에서, 노래로 인하여 서로 총부리를 겨누지 못한 장면처럼, 정치력으로도, 19년째 900회가 넘는 일본대사관 앞 수요시위를 통해서도 꿈쩍도 않는 가해자들의 싸늘한 가슴을, 음악으로 바꿔 놓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2009년 12월 마지막 수요일 12시 일본대사관 앞에는 영하8도의 매서운 추위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할머님들과 정대협회원들, 고등학교 동아리 회원들, 수녀님들 그리고 일본인들을 비롯한 외국인들이 모여 수요시위를 하고 있었다.

시위가 끝나갈 무렵 ‘길원옥’ 피해자 할머니께서 마이크를 잡으시고

“내가 창피한 줄도 모르고 십 수년째 이 자리에 나오는 게 아니라구...오죽하면 이 늙은이가 자랑할 일도 아닌 일 가지고 마이크를 잡고 이러겠어...” 모두가 숙연해 졌다.

그렇다. 오페라음악극 “이화 이야기”가 추운 겨울날 할머님들이 더 이상 길거리에 직접 나서지 않도록 그분들의 한을 풀어드리는 역할을 했으면 한다.

지금 이글을 쓰면서도 작품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이 대사가 머리에서 계속 떠나질 않는다.

리하이: 알아! 다 이해해...전쟁 통에 그런 상처와 과거...충분히 있을 수 있어...
무엇보다 이화! 당신 탓이 아니잖아?...(이화를 안아주며 흐느낀다)불쌍한 이화...
내가 이제부터 그 상처...다 씻어줄게...

전쟁 후에 중국에서 만나 결혼한 중국인 남편 리하이의 흐느낌이다. 이화와 아이 둘을 낳고 잘 살다가 이화의 과거가 밝혀지면서 나눈 고백이다. 우리 모두가, 피해자 할머님들을 바라보는 마음이, 리하이와 같을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그리고 오페라음악극 “이화 이야기”를 한번쯤은 보아야하는 이유가 바로 '리하이’의 대사에 있다.


*오페라음악극과 관련하여

오페라가 한국에 도입된 지 벌써 6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하지만 우리의 삶의 모습과 정서를 담아내는 오페라공연에 대한 필요성은 시간이 갈수록 공연계에서 더해지고 있다. 공연의 형태나 내용 모두 우리에게 잘 어울리는 오페라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최근 몇 년 동안 작품 ‘윤동주’와 ‘이화이야기’를 통해 드러난 작곡가 이용주의 오페라음악극들은, 지속적인 실험과 시도를 거쳐 점차로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는 공연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이번 부산시립합창단이 연주하는 오페라음악극은 용어적으로는 여전히 모순이 있음에도, TV드라마 구조에 친밀감을 가지고 있는 우리의 정서와, 공연장에서 음악적 아름다움에 빠져들고 싶은 정서를 잘 읽어내어, 그것을 오페라음악극으로 잘 승화시켜나간 점은 주목할 만하다. 특히 연출가 오정국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이런 공연형태의 새로운 지평을 넓혔다고 할 수 있다. 부산시립합창단 지휘자 김강규 또한 균형미 있는 감각으로 작품전체를 조율하여 새로운 오페라음악극에 크게 기여하였다.

작품 ‘이화이야기’는 완전한 연극의 형태로 극이 전개된다.

즉, 연극과 음악의 만남으로 이루어진다.

배역자들은 연극을 하며 솔로와 중창으로 노래를 하고, 그 뒤에서 40여명의 합창단이 장대하게 배경음악을 만들어내면서, 필요에 따라서는 안무와 연기자들로 변신을 한다.

합창단이 무대전체를 둘러싸고 극의 배경음악 말고도 무대의 배경까지도 책임지게 되는 것이다. 완전한 연극을 하며 노래를 하기 때문에 음악이 있는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라고 어떤 이들은 말한다. 기존의 오페라나 뮤지컬과 비교해서 극 자체의 이야기 흐름에 자연스럽게 동화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합창음악의 비중이 크다보니 긴 시간 동안이라도 음악적 긴장감이 느슨해 질 여유가 없다. 무엇보다도 간결한 무대장치와 조명이 음악과 극의 집중도를 높여준다.

이제 이 오페라음악극은, 공연의 한 형태로서 아직 완성미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계속된 진화의 과정을 거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주었다는데 그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그리고 기존 공연형태에서 오는 정서적인 이질감이나 공연제작의 어려움들을 생각할 때, 그 대안으로 충분히 관심을 가져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